전업주부로 딸 셋을 키우며 바쁘게 살아왔다. 무탈하게 지나가는 하루가 감사한 점도 있지만 일상의 권태로움으로 무기력한 인간이 되어 가는 것 같아 불안했다. 변함없는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고, 인생의 폭을 넓혀 나가는 일에 공부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점점 기억력이 흐려지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과 같이 지금과는 다른 삶으로 제2의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 약간의 두려움과 초조감이 앞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이것이 나에게 생동감을 안겨 주었다.
몇 십년 동안 책과 담을 쌓았었는데, 잘할 수 있을지 겁도 나고 걱정도 됐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과제물이 쏟아져 나왔고, 출석수업에, 점점 다가오는 중간시험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머리에 지진이 날 정도였다. 그간 손놓았던 공부를 하려니 우왕좌왕이고 두서도 없고 책상에 앉을라치면 온몸이 쑤시고 힘들어 죽을 맛이었다. 특히 과제물에 대해선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고 불안감이 나를 엄습하기에 이르렀다. 가족에게 해 보겠노라 큰소리친 내 자존심보다 나 자신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감이 나를 우울하게 했다.
스터디 멤버들도 나와 사정은 비슷했다. 우리는 의기투합해 이 공포를 물리쳐 보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대상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많이 대면하는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부지런을 떨어 관광학과 주간 스터디 멤버들과 함께 현장을 답사하고 각자 맡은 부분에 대해 토론하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과제물을 작성할 수 있었다. 공포는 어느새 재미로 바뀌어 있었다. 학기가 거듭될수록 좀 더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기게 되었다. 논문도 찾아보고 과제와 관련된 전문서적도 찾아 읽게 되었다. 깊이 있게 공부하게 되자 교수님의 논리도 이해할 수 있었고, 출석수업 때 질문도 많이 하게 되었다.
스터디 멤버들과 여기저기 답사를 다니면서 다양한 해설사 분들을 만났었다. 예전에 가봤던 여행지도 문화 해설의 관점으로 바라보니 전혀 다른 새로운 장소로 느껴지기도 하고 안목과 식견이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 관심이 없던 관광지도 야사를 곁들인 해설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해설사의 말에 빠져들었다. 매력적인 문화해설사라는 직업은 관광학과 전공도 살릴 수 있는 데다가 여행도 좋아하고 사람들이랑 어울리기도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딱 맞는 일이었다.
문화해설사가 되기 위해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해 도전했다. 경기도 문화해설사, 국내 및 국외 여행인솔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문화유적을 더 깊고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다시 우리 대학 일본학과에 입학했다. 일본어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
고 일본 문화와 역사, 정치도 배우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도전과 성취들은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시도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만약 과제물 때문에 공부를 포기할 생각이라면, 나처럼 스터디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물리치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민과 걱정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점점 더 우울하고 생기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실패해서 얻는 우울감은 금방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생기는 우울함은 순식간에 거대한 늪을 만들어 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