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미래 권력이 누군지 알고 싶은 국민적 욕구는 여론조사로 관심을 쏠리게 해왔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선관위가 금권선거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불법 여론조사’를 단속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만 봐도 여론조사가 얼마나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 여론조사를 두고 불거지는 논란 중 하나는 개표 결과와 다르다고 하여 제기되는 ‘여론조사 무용론’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결과는 개표 결과와 비슷하기보다 다르기가 더 쉽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론조사 자체가 특정 시기에 특정 조사방법으로 추출한 유권자의 의향을 취합한 것이지, 실제 투표일에 투표장에 가서 표를 행사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여론조사와 개표 결과는 같을 수가 없고, 오히려 여론조사가 개표 결과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론조사가 투표 행위 결정할 수 있다?이번 총선에서도 이와 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주요 관심 선거구에서 적지않은 격차로 이기는 결과가 언론에 나오고 있다. 부동층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그런데 과연 이 여론조사 결과가 개표 결과로 이어질까?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럴까? 여론조사를 위해 활용하는 전화번호는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모두 쓰는데 그 둘의 비율이 다르다는 점을 유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유선전화로 조사를 하면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응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최근 몇몇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번호를 80% 정도로 높은 비율로 사용한다. 즉, 한 선거구의 여론조사에 유선전화 번호는 20%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게 투입하고 있어서 보수성향의 유권자가 표본으로 추출될 확률이 낮아진다. 이처럼 보수성향 유권자가 적게 잡힌 여론조사의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성향의 유권자에게는 안도감을 주고, 미래통합당 지지성향의 유권자에게는 절망감이나 절박감을 줄 수 있다.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여론조사의 결과가 투표 행동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다는 점은 확실하다.조사방법과 표본추출 방법주목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조사방법과 표본추출틀(sampling frame)에 대한 부분이다. 특히 언론들은 자신들이 발표하는 조사결과의 오류 가능성에는 관심을 덜 두는 듯 조사방법을 설명하는 데 철저하지 못하다. 흔히 ‘모드 이펙트(mode effect, 조사방법에 의한 편향)’을 고려해서 해석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론조사 수치는 생산 과정과 규격을 의미하는 일부 정보를 공개하도록 선거법에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 규격이 담고 있는 실제 의미 파악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 된다. 가령 자동응답 전화조사(ARS)와 전화면접원 전화조사(CATI) 간 품질과 결과의 차이를 두고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전화면접원 방식이 응답자의 거짓 응답을 거를 수 있어서 자동응답 대비 우수하다는 합의가 전문가 사이에 있어서다. 그런데 품질을 결정하는 더 큰 차이는 표본추출 방식 즉, 조사 대상이 되는 유권자의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분포에 따른 조사 과정에 있다. 예컨대 남녀 2개 성별, 5개 구간으로 나눠 연령대별, 4개 지역으로 구분된 선거구를 조사할 때에 각 변수의 경우 모두를 연결해서 관리한다면 40개의 셀(2×5×4)로 관리하는 것이고, 각각 개별적으로 관리하면 11개 셀(2+5+4)의 추출 비율만 맞추면 된다. 전화면접원 방식으로는 특정 지역의 20대 여성 셀에서도 최소한의 표본을 추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반해 자동응답 방식에서는 20대 여성 표본이 없어도 20대 남성과 다른 연령대 여성에서 추출하면 되는 방식을 취하곤 한다. 여기에서 만일 그 지역 20대 여성이 매우 독특한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투표에 대거 참여한다면, 자동응답 방식으로는 그 의견을 조사결과에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두 조사는 이처럼 추출과정을 관리하는 방식이 달라서 품질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숨은 표’ 찾는 게 관건그렇지만 위와 같은 미세한 경향을 읽어내기 어려운 경우라도 여론조사에 관심 있는 유권자들은 자동응답 방식에서 무응답이 더 적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자동응답 방식이 전화면접원 방식보다 전화 수신자에게 응답을 독려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자발적으로 응답하고자 하는 고관여 유권자로 표본이 구성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는 달리 전화면접원 방식은 정치에 관심이 덜한 수신자도 면접원의 권유와 독려에 따라 응답을 끝까지 할 수 있다. 당연히 표본의 대표성은 전화면접원 방식이 더 우수하고 응답률도 높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자동응답 방식이 숨어 있는 표심을 더 잘 반영할 때도 있다. 전화면접원 방식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른바 ‘샤이’ 성향이나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 위축 효과)’를 자동응답 방식에서는 소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표심에 더 가까울 수도 더 멀 수도 있겠다.
언론에 발표된 조사결과를 읽는 독자에게 무엇이 더 실제와 가까운지를 묻는 것은 어쩌면 가혹하다. 여론조사 자체가 실제와 다른데, 더 나아가 조사 방법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결과를 현명하게 분별해서 읽으라고 한다면 여론조사는 이제 현실을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고 골치 아픈 퀴즈가 되는 것이다.얼마 남지 않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성실한 유권자라면 조사 방법의 특성을 먼저 이해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떻게 자극을 받을지, 어떤 사람들이 투표소에 나올지를 고민해보자. 이렇게 하다 보면 개표 결과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더 크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