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코로나가 던진 질문 ① 온라인 교육 시대, 대학의 미래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전 세계적 유행병(pandemic, 팬데믹)으로 정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바뀌고 있다.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고 공항은 개점휴업 상황이다. 뮤지컬 등 공연과 문화행사가 취소되고 한산한 거리에는 배달 차량이 오간다. 초중고등학교는 휴교에 들어갔고, 대학은 개강을 연기했다. <위클리>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진 첫 번째 질문으로 ‘온라인 교육’을 다룬다. 다음 호부터는 특집 섹션으로 자리를 옮겨 △재택근무 △온라인 경제/생활 △문화/의료/소비 △기본소득 등을 풀어낼 예정이다.


#1. “동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강의 스크립터와 ppt 파일 작업, 녹화 등을 포함해 최소 6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온라인 강의가 지속되면 이번 학기는 강의 제작 이외의 일을 할 수 없을 거라는 결론이 나온다. 더구나 번역 과목 피드백은 아직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고려대 인문대학 A교수.

#2. “우려했던 대로 개강 첫날 학교 서버가 다운됐다. 오전에 부랴부랴 학생들에게 동영상 링크를 메일로 보냈다. 오후에는 지친 상태에서 다른 강의 녹화를 하다보니, 영 마음에 차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추후 교육부 감사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동영상 강의 근거 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정작 강의 제작 지원 이야기는 없다. 교수에게도 강의 ‘대란’이다.” 국민대 사회과학대학 B교수.

#3. “실시간 강의를 듣고 있는 친구들이 서버가 터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내 컴퓨터가 문제인지 서버 문제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다. 첫날부터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출결 확인에도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불안정한 서버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한양대 재학생 C군.

#4.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로 인한 강의부실, 집행되지 않은 신입생 입학금, 졸업예정자들의 학사 일정 차질 등 구체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조치를 고심해야 한다. 대학들이 이에 대해 최선의 조치를 고심하기는커녕 서버구축비용, 방역비용 등 예상치 못하게 들어간 비용을 교육부에 청구하고 있다.” 코로나대학생119.

10월 3일 개천절을 상징으로 하는 1003대의 브라운관 모니터가 지름 7.5m의 원형에 18.5m 높이로 설치돼 한 층씩 축소되는 모양으로 제작됐다. 모니터에는 경복궁, 부채춤, 고려청자, 프랑스 개선문,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적 상징물 영상이 흘러나온다. 비디오 아트는 현실을 재현하기보다는 현대인의 사고, 담화의 양상을 바꾸는 이미지를 산출한다. 온라인 교육 시대에 다시 보는 「다다익선」에서는, 복제된 동영상 강의를 송출하면서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대학이라는 상아탑의 이미지가 중첩된다.


면대면 강의에 익숙했던 교수들은 모니터 앞에서 초점을 잃었다. 일타강사(1등 스타강사)들의 화려한 인터넷 강의에 익숙한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질 낮은 동영상 강의를 들어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코로나19로 처음 맞는 이 불가피한 상황이 당황스럽기는 교수, 학생 모두에게 매한가지다.

질 낮은 동영상 강의에 등록금 반환 운동 벌이는 대학생들
교육정책네트워크에 따르면, 비벡 고엘 토론토대 연구혁신센터 부회장은 “학사 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교 당국이 준비돼야 한다”면서 “대면해야 하는 모임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강의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엘 박사는 “몇 주 이내로 지역사회 감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교수진은 온라인 강의 운영 방안과 이에 새롭게 적용할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수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점차 동영상 강의 도구 사용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2일 학생 3381명이 참여한 ‘수업/행정 설문조사’를 학교 본부에 전달했다. 응답 학생의 59.3%가 온라인 수업 진행 방식에 ‘불만족’을 표했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학생(21.5%)까지 더하면 80.8%가 온라인 수업에 부정적이었다. 중앙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의 요구안은 더 구체적이다. 개강 연기로 인한 온라인 강의에 대해 이들은 △자습유도·대체과제·외부 공개콘텐츠 대체가 아닌, 교수 직접 강의 제공 △종강 연기 대상 실험실습·실기형 과목 목록 정리 및 공개 △온라인 강의 시스템 구축 및 방역 관련 비용 집행 세부내역 공개 등을 학교 본부에 요구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등록금 반환’ 운동으로 한 걸음 더 나갔다. 서울대·이화여대·공주교대 등 전국 26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 단체인 이들은 “등록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수업 제공, 시설 이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논리로 각 대학에서는 매년 동록금을 동결 혹은 인상해왔으나, 현재 학생들은 납부한 등록금만큼의 교육서비스를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대학가 대책 마련 요구 서명운동 및 수업권 침해 사례 설문조사’를 실시해 1만8766명의 응답 결과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지난 2월 28일 교육부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의 면담에서 “법적으로 등록금 반환은 어렵고, 교육부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내는 내용을 전달할 뿐 세세한 부분에 대해 권고하는 것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교육부에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했던 서명운동 조사 기간을 4월 4일까지로 연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록금 일부 환불이나 등록금 세부사항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이 10여개에 달한다. 이중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는 청원 인원이 13만4064명이다(3월 31일 기준).

사라짐으로써 존재하는 대면 강의의 비밀성이 대학의 권력 유지 비법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은 대학가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시장조사기관 ‘IDC 중국’의 ‘코로나19가 중국 경제 및 ICT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의료건강 △정부행정 △공공사업 △건축 △인터넷·뉴미디어 업종은 약 1조 위안(170조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 가운데 향후 가장 빠르게 성장할 ICT 분야 업종으로 ‘온라인 강의 및 교육’을 꼽았다.

온라인 강의에서는 일회성이 사라진다. 원하면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고, 무한대의 시청도 가능하다. 하지만 동영상 강의가 대량 생산되고 반복되면 ‘강의’가 가지는 현장성을 상실한다. 동영상 강의는 대면 강의라는 ‘일회적 생산물’에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현존성’을 거둬가는 대신, 언제 어디서든 개인이 현재화할 수 있는 복제물을 남긴다.

여기서 캠퍼스의 정치사회학이 작동한다. 조재룡 고려대 교수(불어불문학과)는 역설적으로 강의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대학이 권위를 유지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간 꾸준히 진행돼온 강의실 현장 강의는 오히려 그것이 대학 고유의 ‘상품’일 때만 가능한, 다시 말해, 대학이라는 울타리 속에서만 제 권위를 갖고 있으며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의 정체성과 대학의 가치 등과 깊숙이 연관된 유일무이한 현존성을 만들어내며, 대학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그 가치와 정체성, 권위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동영상 강의는 대면 강의의 일회성으로 공고해진 대학이라는 집단적 권위에 정면 도전한다. 대학은 지금까지 일회성이라는 특징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보존되는 대면 강의를 유지함으로써 고등교육의 권력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동영상 강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런 기이한 비밀성은 더 이상 대학 생존에 있어 충분조건일 수 없게 됐다.

대도시 한 가운데 커다란 대학 건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국어국문학과)의 지적 역시 조 교수의 그것과 맥을 같이 한다. “비상 상황에서 대규모로 급하게 진행되는 원격수업 실험이 성공적이라면? 오히려 현재의 대학체제와 그 근본에 더 큰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대도시 한가운데 지어놓은 커다란 건물들은 무슨 소용이며, 정규직 교수의 권력 독점에 기반한 행정체계와 이사장·총장·학장들의 권위와 감투는 무슨 필요가 있겠나? 좋은 온라인 강의 솔루션과 유능한 데이터 관리자, 그리고 일타강사 그룹이 그 모든 것을 대신하면 되지 않는가?”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해 이미 이런 방향의 미래 대학을 구상하는 시도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천 교수는 “대학은 그리 간단한 제도는 아니다”고 선을 긋는다. 온라인 강의에는 진정한 전문가나 전인적 삶의 주체가 되는 길이나, ‘교학상장’(敎學相長)도, 해방을 위한 ‘페다고지’(pedagogy, 교육학)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이후 대학이라는 공룡이 멸종위기에 처할지, 도마뱀처럼 적응할지, 아니면 더 기괴한 괴물로 진화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코로나19가 대학가를 덮쳤다.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백신을 개발해 예방하는 것, 다른 하나는 항체가 형성돼 자연스럽게 면역이 되는 것. 온라인 교육 시대에 대학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캠퍼스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해묵은 질문에 이제는 대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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