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23대 광주·전남총동문회장을 맡은 박용세입니다. 방송대학보 〈KNOU위클리〉 지면에 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니 아득하기만 합니다. 사실 저는 시골 깡촌인 영암이 고향입니다. 고향에서 겨우 중학교만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방송대를 만나 인생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니 갑자기 지나간 시간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네요.
방송대를 졸업하신 분들 가운데는 유독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더 잇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만일 제가 중졸 학력만 가지고 그대로 삶의 전선에 머물러 있었다면, 그런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합니다. 제자리만 맴돌면서 세월을 한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 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연히 선배의 권유로 1995년 방송대 법학과에 진학해 ‘공부의 갈증’을 풀고자 도전했던 그때의 저 자신이 무척이나 대견스럽습니다.
돌아보면 방송대 생활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둔하고 몽매한 제게 늘 선배님들과 동료들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으니, ‘함께 가는 길’이 분명합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저 황소처럼 느리더라도 앞에 남은 밭고랑을 모두 매고 말겠다는 다짐을 되풀이하면서 버텼고, 마침내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함께해 주신 많은 선배님,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분들에게 마음 가득 감사를 전합니다. 
문득 이런 시가 떠오릅니다. 황동규 시인의 「삶을 살아낸다는 건」이라는 시입니다. 투박한 저는 시를 잘 모릅니다. 그저 어느 날 마음에 쑥 들어와서, 마치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뿌리를 내린 것 같은 구절이 있어서 읊조릴 뿐입니다. 
“두터운 잎을 두르고 있던 나무 몇이 / 가랑가랑 마른기침 소리로 나타나 / 속에 감추었던 둥치와 가지들을 내놓는다. / 근육을 저리 바싹 말려버린 괜찮은 삶도 있었다니! / 무엇에 맞았는지 깊이 파인 가슴도 하나 있다. / 다 나았소이다, 그가 속삭인다. / 삶을 살아낸다는 건…… / 나도 모르게 코트의 가슴에 손이 간다.”
‘근육을 저리 바싹 말려버린 괜찮은 삶’, 방송대에 적을 두고 공부하던 시절의 제가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근육을 바싹 말려버린 삶에서 싹이 자라난 셈이니까요. 저는 사람과 그리고 사람을 위한 학교를 만나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방송대인들과의 아름다운 관계를 통해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2024년 올해는 ‘통합’을 전제로 광주·전남총동문회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동문회 활성화를 위해 골프동호회, 산악동호회 및 빛여울봉사단을 만들어 함께 어울리면서 동문 선후배님들이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합니다. 많이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특히 ‘KNOU 빛여울봉사단’은 광주·전남 재학생들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4일 봉사단 발대식을 했고, 지역의 1365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재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동문회 활동을 하면서 지속적인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연결 다리를 만들겠습니다.
 
또한 매년 광주·전남총동문회는 대구·경북총동문회와 함께 박용세 광주·전남총동문회장(법학)‘달빛문화탐방축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힘든 시기에도 서로 배려하고 아껴주는 마음으로 이겨내었기에 앞으로는 더 아름답고 활기찬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름다운 계절 봄, 향기를 가득 품은 무등산의 정기를 받아 광주·전남총동문회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