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 진료 공백 메꾸려
1950년대부터 전문간호사 인정
의사처럼 진료·처방 가능해
이외에도 CNP 등으로 세분화
넓은 책임, 대신 더 많은 보상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쓴 지난 3년, 현장에서 환자들을 직접 만나며 고생한 이들은 바로 ‘간호사’였다. 격무에 시달린 탓에 간호사들은 코로나 번아웃을 호소했고, 한창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1년 즈음엔 버티고 버티던 간호사들이 적절한 보상을 요구한다는 뉴스도 줄지었다. 코로나19 환자 담당 간호사 1명이 40~50명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간호사 공급이 더욱 시급한 곳이 있는데, 바로 미국이다. 간호사 부족으로 이민 장벽을 완화해주며 각국에서 간호사 모셔오기에 전력하고 있다. 한국의 간호사, 간호사 준비생들이라면 미국의 간호사 동향, 특히 ‘전문간호사(Nurse Practitioner)’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겠다.

김민선 기자 minsunkim@knou.ac.kr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겪는 요즘 같은 때엔 ‘연봉킹’ 직종인 IT 개발자도 그 타이틀을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구글, 메타 등 대형 IT 기업들은 직원 수만명을 감원했다. 그 사이 유망 직종으로 크게 떠오른 직종이 있는데, 바로 ‘전문간호사’다. 미국에선 수년 전부터 유망 직업 순위권에 손꼽혔는데 최근 들어 몸값이 더 올랐다. <US뉴스>에 따르면, 올해 유망 직종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직종이라 많은 이들이 생소할 수 있다. 간호사면서도 의사와 비슷하게 진단과 처방, 그리고 개업까지 가능하다. 보편적인 간호사 분류인 등록 간호사(Registered Nurse) 중에서도 오랜 경력과 석사 이상의 학위를 보유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자격이다.

미국서 연봉 1억원 훌쩍 넘어
미국에서는 전문간호사의 연봉이 IT 종사자들처럼 1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US뉴스>에 따르면 전문간호사들의 연봉 중간값은 12만680달러(1억4천871만원)였다. 유망 직종 1위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연봉 중간값은 12만730달러(1억4천877만원), 8위인 IT 매니저의 연봉 중간값은 약 15만9천달러(1억9천593만원)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시장뉴스 분석에서도 미국의 해외 간호사 수요가 지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KOTRA 해외시장뉴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더 심각해진 간호사 부족 문제와 고용시장 동향」이란 제목의 뉴스로 관련 소식을 전했으며, 특히 해결법은 ‘이민 간호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헬스 어페어스(Health Affairs)〉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최고조에 달했던 2020~2021년 미국 등록 간호사의 수가 10만 명 이상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40년 동안 가장 큰 감소였다. 미국 간호사들은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에서 과도한 업무와 유연하지 못한 근무 스케줄을 경험하며 빠르게 떠나갔다. 미국 전역에 종합 병원들이 간호사 및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중환자실 운영과 일부 수술을 잠정 중단하고, 분만·출산 병동을 임시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간호사 공급이 절실한 때다. 미국 노동통계청은 향후 8년간 27만5천명 이상의 간호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이민 간호사 모셔오기 전쟁
간호 인력 공석을 채우기 위한 기간은 일반적으로 90일 이상이 걸리는데, 이때 돈을 더 주고 계약직 프리랜서 간호사(Travel Nurse)를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게 됐다. 의료 및 헬스케어 구인·구직 플랫폼인 비비안(Vivian)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간호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계약직 프리랜서 간호사들의 주당 평균 임금이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20년 1월 계약직 프리랜서 간호사의 임금은 미국 전체 평균 주당 1천713달러였지만, 2020년 3월 3천117달러로 뛰어올랐다. 역사상 전례 없는 두 배 가까운 임금 인상에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병원 소속 정규직 간호사 자리를 버리고 계약직 프리랜서로 옮기는 간호사들이 늘면서 병원의 숙련된 전문간호사 부족은 점점 악화됐다. 중환자실(ICU), 응급 부서(ED) 및 감염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간호사의 인력 수요가 가장 높다. 전문간호사 임금이 미국 전체 간호사 평균 임금의 2~4배로 높지만, 인력 부족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하원도 의료 종사자들의 취업 이민을 지원하기 위해 법안 발의에 나섰다. 지난해 6월 발의된 「이민자들의 간호 및 연합 건강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간호사 또는 의료 전문가가 되려는 이민자의 훈련 및 교육 비용 지원금을 수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간호사 및 전문 의료 인력에게 주어지는 영주권이 보통 14만 개인데, 지난해 기준으로는 두 배인 28만 개로 늘었다. 심화된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를 연방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윤경 방송대 간호학과장은 “미국에선 1950년대부터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진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 조금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간호사들을 인정해줬다”라며 “미국에서는 임상전문간호사(Clinical Nurse Specialist), 전문간호사(NP) 등을 좀더 세분화했다. 이들은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많은 책임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전문간호사가 있다?
국내에도 전문간호사 자격이 법제화 돼있지만 미국과 같은 수준이 되기까진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에선 1973년 4개 분야에서 ‘분야별 간호사’로 처음 도입됐으나, 업무범위가 불명확 해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전문간호사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일부 개정령이 공포되면서 ‘진료’가 아닌 ‘진료에 필요한 업무 중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하에 수행하는 업무’ 수준으로 정해졌다. ‘진단’, ‘시술’ 등의 단어도 삭제됐다.


현재 한국 의료법이 인정하는 전문간호사의 실무 분야는 가정, 감염관리, 노인, 마취, 보건, 산업, 아동, 응급, 임상, 정신, 종양, 중환자, 호스피스 등 총 13개 영역이다.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간호사 면허를 소지하고 최근 10년 이내에 해당 분야의 간호실무 3년 이상의 경력자로서, 대학원(전문간호사과정) 또는 그 수준에 준한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동시에 전문간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해당 전문간호사 자격을 소지해야 한다. 지금까지 자격시험(2005년 첫 시행)을 거쳐 배출된 전문간호사는 총 8천298명이다. 자격시험 시행 전까지 포함하면 전체 전문간호사 수는 1만6천462명이다. 매년 약 400명씩 전문간호사로 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