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DMZ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DMZ는 분단과 전쟁의 상처로 기억돼 왔다. 이는 곧 DMZ가 한반도 분단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DMZ를 분단의 상징이자 분단이 남긴 상처로만 바라보는 상황에 대한 성찰적 의견들도 있었다. 시각의 전환을 위해 DMZ라는 공간 속에서 분단의 상처를 딛고 자라나는 수많은 생명과 자연의 힘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각의 전환 역시 DMZ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 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분단이라는 ‘상처’와 자연의 생명력이 보여주는 상처의 ‘치유’를 대립적으로 제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DMZ를 기억하고 다루는 방식은 분단과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각은 ‘남과 북의 적대적 대결’만을 강조할 뿐이다. 이는 안보 관광이나 반공교육과 같이 남과 북의 대립을 반복적으로 상기시키고 교육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DMZ, 넓은 의미에서 DMZ접경지역까지 포함하는 이 공간은 휴전협정의 산물이자 분단이 남겨 놓은 상처로만 기억돼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시각에는 DMZ와 DMZ접경지역,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와 기억들이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전제하고 살아온 것이 아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그어 놓은 구분선들 위에서도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생명들과 함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한 노력이 모여 DMZ와 DMZ접경지역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재생산해 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DMZ는 역사·문화·삶·자연이 촘촘히 결합돼 있는 공간이자,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 작용 속에서 의미를 생산하는 공간이다. 기존의 시각과는 다르게 DMZ와 DMZ접경지역을 생명적이고 인간적으로 인식해야만 그 공간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대 출판문화원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육실은 2023년 10월부터 현장답사 프로그램인 ‘DMZ접경지역, 평화의 길을 가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첫 번째로 철원의 DMZ접경지역을 방문했다. 참가자들 모두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고 평가했다.


방송대는 세대, 지역, 계층을 넘어 다양한 학우들이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는 곳이다. 세대와 지역, 계층을 아우르는 방송대의 재학생, 동문, 교직원들이 DMZ의 진면목을 마주하고 DMZ에 대해 보다 더 확장되고 입체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면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까?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곳에 진출해 있는 이들의 시각이 변화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DMZ와 DMZ접경지역에 대한 인식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분단의 이데올로기적 재생산의 산물인 이러한 인식이 변화한다면, 분단적 문화 재생산의 연결고리가 점차 약해질 것이며 이를 통해 분단 극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분단 극복을 향한 사회적 과정에서 ‘DMZ접경지역, 평화의 길을 가다’는 단순한 현장답사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방송대와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분단 극복을 통한 한반도 평화 조성의 사회적 리더로 자리 잡게 하는 중요한 기틀이기 때문이다.


방송대 재학생, 동문들의 ‘DMZ접경지역, 평화의 길을 가다’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개인의 특별한 경험을 넘어 한국 사회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