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공부를 시작했는데, 중간평가라니! 과제물작성도 한시름이지만,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하면 좋을지 속이 탈 수도 있다. 여기서 잠깐, 좋은 ‘길라잡이’가 있다. 학과 교수님들이 준비하는 전공연수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학과마다 방식이 다르다. 지난 3월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마라톤으로 진행된 일본학과 전공연수를 들여다보면, 꼭 일본학과 학생이 아니더라도 방송대 공부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과연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진행된 전공연수였을까?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일본학과(학과장 강상규) 전공연수는 오전 10시 디지털미디어센터(DMC)·중앙도서관 견학에서부터 시작했다. 본교 방문이 처음인 지역대학 학우들을 위한 학과의 배려다. 이후 열린관 대강당으로 이동해 방송대 적응을 위한 컴퓨터 기초 특강을 접한 뒤 학과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서둘러 점심을 해결했다.
열린관 대강당 1층과 2층이 학우들로 가득 찼다. 전공연수에 참가한 300여 명의 학우들이 숨을 죽이고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과 교수 소개가 끝나자 1학기에 새로 부임한 유불란 교수의 특강이 이어졌다.

“왜 일본을 공부해야 할까?”
유 교수는 한·일 두 나라의 특수한 역사적 관계가 빚어낸 인식의 지평 위에서 왜 우리가 아직도 일본을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 있다’, ‘일본은 없다’라는 첨예한 대립적 인식 뒤에 자리잡은 빈약한 일본 이해는 사실 ‘일본 이해라기보다는 한국인 스스로에 대해 소비하는 모습’에 지나지 않았음을 꼬집으면서, 세계사의 추이 속에서 일본과 한국을 정확히 이해하는 지적 작업은 여전히 중요한 일임을 환기했다.
특강이 끝난 뒤 이영·이경수·정현숙·사공환·강상규·우오즈미 야스코 교수의 담당 과목 소개가 열린관 대강당(서울, 기타 지역)과 414호 강의실(경기, 인천 지역)에서 교차 진행됐다. 과목 소개는 30분씩 배정됐다.
첫 번째로 연단에 오른 이영 교수는 지역학으로서의 일본학 공부의 첫 번째는 언어와 지리의 이해라고 강조했다.
“자, 여러분 세키가하라 전투를 들어보셨죠? 지도에서 한번 찾아볼까요? 요즘 스마트폰 구글 지도를 활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모두 스마트폰을 켜서 세키가하라를 검색해보세요. 찾으셨나요? 뭐라고 나오죠?”
그는 또 어학 공부는 현지에서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하면서, 방학이나 졸업 후 어학코스를 꼭 활용해 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 이경수 교수가 일본어 특강을 선보였다. 이경수 교수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를 일어 텍스트로 빼곡하게 정리하고 하나씩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이 교수의 일본어 특강은 표면적으로는 일본어 구문의 이해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 공부하는 자세 등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가 뽑은 ‘石の上にも3年’이란 속담이 바로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차가운 돌 위에 3년 앉아 있으면 차가운 돌이 따뜻해진다는 뜻인데, 꾸준히 계속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역학으로서의 일본학 공부
일본 사회계층을 전공한 정현숙 교수는 ‘일본학,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들고 연단에 올랐다. 새벽까지 프린트물을 준비했다고 말하는 그는 △대학에서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 △일본학과 학부생으로서 추구해야 하는 목표 지점 △효율적인 학습방법 등 세 가지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다.
이어 사공환 교수가 ‘한국인 학습자가 잘 틀리는 일본어 발음’을 중심으로 일본어 발음 훈련의 중요성을 짚었다. 실제로 방청석의 학우들은 사공환 교수의 발음을 따라 하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발성기관 그림을 곁들여 설명에 나선 사공환 교수는 “우리가 잘 틀리는 일본어 발음은 상당 기간 노력해야 교정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반복적인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상규 교수는 ‘동아시아 역사인식의 형성과 전개’라는 주제를 들고 학우들을 만났다. 그는 ‘식민사관’을 가리켜 서구 오리엔탈리즘이 일본식 오리엔탈리즘으로 변형된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배우는 것과 생각하는 것의 관계’를 강조했다.
“배우고 생각하는(學而思) 과정을 통해 자신의 눈으로 분석하고 비판하는 통찰력과 균형감을 배양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방송대 일본학과 학우들은 바로 이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강 교수는 과목 소개를 조금 줄여 홍성수 일본학과 전국연합학생회장을 무대에 올려 참가한 학우들에게 학생회를 소개하는 시간을 주기도 했다.
끝으로 마이크를 잡은 우오즈미 야스코 객원교수는 어떻게 하면 일본어를 잘할 수 있을지 원어민 입장에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초급, 중급, 상급으로 나눠 일본어 실력을 키워갈 것을 안내했다.

“공부 방향 짚어주셔서 큰 도움 됐다”
전공연수에 참가한 유금숙 학우(1학년, 서울)는 “늦깎이 학생으로서 일본어 공부에 대한 안내를 받기 위해 참석했는데, 각 과목 교수님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좀더 공부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교수님들이 알기 쉽게 공부 방향을 짚어주시고, 설명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청주에서 올라온 신남용 학우(1학년, 충북)도 “방송대가 원격대학이라 그 특성상 오프라인 교육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 이번에 참여하게 됐다. 교수님들의 친절한 안내 말씀을 들으니, 방송대를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또 자부심도 생겼다.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3학년인 이상훈 학우(대전·충남) 역시 “업무 때문에 매번 출석수업 참여가 어려워 이번 전공연수 공고를 보고 신청했다. 본교도 처음 방문했는데, 시설과 환경이 너무 좋다. 많은 학우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 전공연수를 통해 수업이나 공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셔서 공부에 더 좋은 자극을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은미 일본학과 조교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전공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효율적인 학습방법을 생각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교수와 학생들이 긴밀한 대화와 친목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고, 일본학과 구성원으로서 소속감과 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학습과 친목이라는 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됐다”라고 말했다.
강상규 학과장 역시 “이번 전공연수는 하나의 ‘축제’ 같은 신나는 시간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300여 명의 학생들이 대강당을 메웠다. 점심은 김밥으로 저녁은 도시락으로 때우면서도 학생들은 학과 교수들이 준비한 여러 강의를 통해 마치 목마른 갈증을 푸는 것 같았다.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망울은 늘 ‘감동’을 준다. 학생들의 타오르는 학업 의지가 앞으로 한층 왕성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학과 구성원 모두가 마음을 다지는 시간이 됐다”라고 의미를 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