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 사람인 강신면 동문은 서울 농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환경보건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1997년에 행정고시(41회)에 합격하고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조달청 기획조정관실 행정관리담당관으로 있다가 외교통상부 주중화인민공화국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고 다시 조달청 기획조정관실 기획재정담당관으로 돌아왔다. 이후 2021년 서울지방조달청장을 거쳐 2023년 7월 10일 인천지방조달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00세가 돼도 꿈을 잃지 않는 사람은 아주 젊게 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방송대를 찾은 분들도 꿈이 있기에
도전하셨을 거라고 봐요. 그 꿈을 잃지 말고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육체적 힘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힘,
어려운 상황도 버텨낼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해요.

 

 

취임 이후 인천조달청 역대 최고 실적
원래 강 동문의 꿈은 ‘유전공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작물학, 식물학에 관심. 그런데 막상 대학원에서 실험하고 논문 써야 했는데, 그게 재미없어서 부친에게 ‘행시에 도전하겠다’고 밝히고 진로를 변경했다. 그는 몸 담고 있는 조달청과 관련 업무가 자신의 적성에 100프로 잘 맞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달청 동기 5명은 모두 다른 부서로 갔지만, 그는 아직도 현장을 지키고 있다.
행시에 합격해 밥 먹을 수 있는 직장을 구한 것에 감사하면서, 위민(爲民)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걸 보람으로 여기면서 열심히 일해 왔다. 공무원으로서 맡은 업무와 관련해 ‘전문가 레벨’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걸 중시했다. 또한, 국민 세금으로 활동하니, 국민에게 꾸지람 듣지 않아야 하고, 그러려면 책임감 있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철칙처럼 여기며 지냈다.
2023년 7월 인천지방조달청장에 취임한 후 강 동문은 인천 경제인과 기업들을 만나면서 현장을 발빠르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미 서울지방조달청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던 터라, 인천에서도 막힐 게 없었다. 그의 강점은 현장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실제 취임 직후 곧바로 인천·경기남부 중기중앙회·분야별 협회 등 단체 방문(15회), 혁신기업 제조공장 방문(16회) 등 폭넓은 행보를 보였다. 관내 기업들이 겪고 있는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규제 개선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산하 경기조달지원센터를 통해 기업들이 희망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1: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연간 200개 사)함으로써, 기업들이 조달청 혁신·우수제품, 벤처나라 등록 등 223건의 공공조달시장 진출 성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2023년 인천지방조달청의 조달실적은 전년 대비 1천224억 원이 증가한 6조6천32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관내 기업의 조달시장 진출 지원을 위한 설명회, 컨설팅 등이 가져온 성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 동문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향후 새로운 업무추진 방향도 명확히 세웠다. 먼저, 조달요청 기관인 각 수요기관에 대한 조달서비스 품질을 한 단계 더 높이고, 공공조달시장을 통한 중소기업 성장지원을 위해 기업에도 ‘한걸음 더’ 다가갈 예정이다. 인천테크노파크 및 인천벤처기업협회 등 관내 6개 단체와 구체적인 기업지원방안을 협의해 4월내에 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기업지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내부직원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한걸음 더’ 조직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격식 없는 내부 자유토론의 장을 수시로 마련하고, 세대간 브라운백미팅, 동호회 지원을 통한 문화체육활동 등 내부 소통·공감을 위한 노력도 계속할 계획이다.
특히 그의 향후 구상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청소년에게 조달정책을 널리 알리겠다는 부분이다. 미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달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관내 대학생 대상 조달사업 홍보 설명회, 인근 초·중·고 학생들의 진로학습과 연계한 인천조달청 및 인천비축기지 견학 등도 밝혔다.


“너무 바빠서 F학점 받기도”
그가 방송대와 인연을 맺은 건 2000년, 32세 때다. 법률적 이해와 실무 역량이 필요해 방송대 법학과에 진학해 2003년 2월 졸업했다. 흥미로운 건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경영학과에 다시 진학했다는 것. 2005년 2월 졸업하고 이듬해 조달청 구매사업국 종합쇼핑몰과장으로 조달업무의 핵심 보직을 시작했다.
“방송대 공부를 시작했지만, 직장에서 주요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계획 짜고 하느라 바빴어요. 기말시험이 6~7월, 12월에 걸렸는데,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가장 바쁜 때인지라 고생도 많았죠. 한 과목은 아예 F학점을 받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법학 공부를 마치니 평소 공부하고 싶었던 경영 쪽에도 관심이 깊어져 경영학과에  바로 진학했죠.”
그의 방송대 진학에는 우연 반, 계획 반이 작용했다. 어느 날 회사에서 방송대 입학할 사람은 지원하라는 공지가 떴다. 정부 지원도 해주겠다, 틈나는 대로 공부하면 되고, 교재도 요약이 잘 돼 있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여기까지는 우연의 모습으로 찾아온 기회였지만, 이것으로 그의 방송대 진학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마음속에는 이미 ‘모종의 계획’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달청에서 근무를 시작했을 때, 강 동문은 책상 앞에 인생 계획을 잘 보이게 써서 붙여뒀다. 거기에는 방송대에서 학위 2개를 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었다. 강 동문은 그때의 인생 계획표를 아직도 저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방송대 사람이 됐다.
그는 최근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방송대를 위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는 학교로 거듭나자는 제안인데, 솔깃한 아이디어는 ‘토론 프로그램’이다.
“방송대 학우들은 대부분 생업을 겸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1년에 4회, 쿼터나 피리어드로 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열어주자는 것이다. 예컨대 농학과는 스마트팜에 대해 농진청에서 어떻게 하는지, 농축산업계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스마트팜에 적용하고 있는지, 이런 주제로 좋은 강사를 섭외해 30분 강연하고, 햄버거 먹어가면서 토론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5060세대와 2030세대가 같이 모여서 지식과 경험, 지혜를 나누면 좋겠다. 인생 선배, 학과 선배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2030세대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그만둘까?’ 포기할까도 했지만…
서울대 나오고 행시도 패스한 그였지만 방송대 공부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만 둘까?’하는 생각도 가졌다고 귀띔했다. 어려움을 피하기보다 정면 돌파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몸이 너무 피곤하니, 내가 지금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러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법학이란 게 알지 못하면 답을 적을 수 없는 공부잖아요. 암기할 것도 많아서 스트레스도 제법 받았지만, 잘 견뎌낸 것 같아요.(웃음) 300쪽짜리 법학 교재를 30대 초반인 지금 젊었을 때나 200~250쪽까지 독파할 수 있지 언제 또 할 수 있겠냐는 마음으로 버텼어요. 그때 안 했다면 지금은 할 수 없었을 거 같아요.”
마침 중간평가를 앞둔 시점이라 후배들에게 도움 될 공부 팁을 물었더니 자신의 노하우를 들려줬다. 일단 꿀팁은 없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으니까. 모두 어른이 돼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방송대를 찾았으니, 이미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기본여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직장 다니랴, 아이들 키우랴, 충분히 공부할 시간이 없을 수 있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을 체크하고 교재를 찾아보면 된다. 문제를 먼저 빨리 풀어보는 것도 좋다.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됐는지 풀어보면 익숙해진다. 평소 예습은 못하더라도 복습만큼은 꼭 하고, 그런 뒤에 요점 정리를 보고, 기출문제까지 확인하면 경험상으로는 B+까지는 가능하다. 

정년 후에는 재능기부·여행 작가 꿈꿔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쯤, 그는 생일이 방송대 개교기념일과 같은 날(3월 9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방송대 사람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100세가 돼도 꿈을 잃지 않는 사람은 아주 젊게 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방송대를 찾은 분들도 꿈이 있기에 도전하셨을 거라고 봐요. 그 꿈을 잃지 말고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육체적 힘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힘, 어려운 상황도 버텨낼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해요. 그러려면 인문학적 공부가 선행돼야 하고요. 사람에 대한 공부, 역사에 대한 공부 등이죠. 주관을 또렷이 세울 수 있는 가치관을 가졌을 때, 꿈과도 잘 연결될 수 있고, 끝까지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년 후에는 경험을 축적해 왔던 조달 업무, 인문학, 경영학 지식을 담아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강신면 동문. 그의 인생 후반 꿈은 ‘여행 작가’가 되는 것이다. ‘인문학 공부의 토대는 음미체(음악, 미술, 체육활동)’라는 지론을 펴는 그는 ‘음미체’를 전인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게 바로 여행이라며, 이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고 변화된 것을 글로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나에게 방송대는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아크로폴리스였다”라고 말하는 그의 새로운 꿈이 광장을 넘어 활짝 펼쳐지길 기대한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